짧은 생각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 - (50년 미 백악관 출입기자 故 헬렌 토머스 기자)
이 유명한 어록이 우리나라에선 통하지 않는 얘기인가 봅니다.
"그럼 닭은 잘 팔리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무례한 질문인가요?"
굽네치킨 창업주 일가인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묻고 싶습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최근 국회 운영위에서 "(질의 도중에 대통령이 무엇을 사과했는 지 국민들이 어리둥절할 것 같다고 말한 기자를 향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 저는 그 태도는 시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질문한 기자를 직설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홍 수석의 발언에 대한 언론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MBC: '뭘 사과했나' 묻는 기자가 "무례하다"는 대통령실
잠시 2주 전쯤으로 시계를 돌려보겠습니다.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한 그날로 말입니다.
지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사과했는지' 질문했던 부산일보 기자의 태도가 '무례하다'라고 지적했는
기자협회보: 대통령실 지역기자단, 홍철호 수석 '무례' 발언에 사과 요구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질문한 부산일보 기자를 특정해 "무례하다"며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이 홍 수석의 사과와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입장을 요구했다.
문제가 된 홍 수석의 발언은 1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 당시 사과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기자회견 당시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는 대통령의 사과가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이라며 보충설명을 요구했는데, 홍 수석은 이를 가리켜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기성언론은 보도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신 홍 수석이 정무수석으로 지명됐을 때 조선일보가 보도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조선일보: 굽네치킨 창업자 정무수석
홍철호 신임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자수성가형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 창업주로 경기도 김포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홍 수석 임명을 직접 발표하면서 "신임 정무수석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먼저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라며 "제가 당의 많은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통과 친화력이 아주 뛰어나시다고 추천을 받았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생각 매듭
부산일보 박석호 기자의 질문은 맹탕 기자회견에서 그나마 건졌다고 볼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나요?
기자는 대통령에게 질문할 권리와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질문을 받을 의무와 대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왜 그런가요?
대의 민주주의제에서 여러분, 즉 국민들이 그런 권리와 의무를 언론과 대통령에게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주권자이자 모든 권력의 원천인 국민이 나 대신 일하라고 선거로 뽑은 이가 대통령입니다.
그럼, 당연히 물어야죠. 일은 잘 하는 지, 왜, 어떤 잘못을 했는 지 알아야 하니까요.
이러한 헌법의 가치도 모르고, 언론의 가치도 모르고 대통령의 고위 보좌직으로 있는 게 가능한 가 봅니다.
"홍 수석, 닭은 잘 팔리나요?"
이 질문은 무례한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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